[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경쟁률 0.9대 1. 남양주 진접2 A3(신혼희망타운) 전용 55㎡의 경쟁률이다. 언뜻보면 청약자 모두 당첨될 수 있는 ‘미달’로 보인다. 모집가구수 192가구에 172명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짜 ‘미달’이 아니다. 최근 진행한 사전청약은 당해 지역 거주자만 먼저 진행한 것인데, 모집 가구수는 192가구 중 30%인 59가구였다. 다시 말해 당해지역거주자 대상 물량인 59가구에 남양주 시민 172명이 청약 신청을 한 것이다. 즉 0.9대 1이 아닌 2.9대 1이 ‘진짜’ 경쟁률이란 소리다. 국토부가 거주자 우선공급 경쟁률을 발표하면서, 경기도·기타지역(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되는 물량까지 모조리 포함시키면서 모집단(모집가구)가 커졌고, 그에 따라 경쟁률이 낮게 집계된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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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이번 실수는 급하게 청약경쟁률을 발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토부는 청약 경쟁률을 일반 공급은 물론 2순위 청약까지 모두 마친 뒤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돌연 특별공급·신혼희망타운(우선공급·당해지역)의 청약이 끝나자마자 당일 경쟁률을 발표해 버렸다. 예상보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빨리 홍보하고 싶었던 의도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면서 “역대급 경쟁률”이라는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번 실수를 헤프닝이라고 넘기기엔 청약자들의 실망감이 너무 크다. 당첨을 확신했던 청약자들은 다시 당첨을 기도하는 무주택자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예정대로 청약을 모두 마치고 경쟁률을 발표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수가 국토부의 ‘급한 부동산 대책’의 축소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빠르게 결과를 보여주려는 성급한 결정들이 오히려 무주택자들을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건 청약 경쟁률에 대한 ‘자화자찬’이 아닌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달래 줄지에 대한 고민이다. 사전청약으로 3기 신도시의 스타트를 끊은 지금, 국토부의 더욱 꼼꼼한 준비가 필요할 때다. 사전청약 경쟁률 발표부터 삐끗하는 모습으로는 무주택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