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퇴짜'..한진해운 '더 이상 팔 것 없다'

"용선료 협상·단기운영자금 방안 등 보완 중"
자산 유동화 규모 부족..매각 시기·방법 모호
현대그룹 대주주 사재출연 등 의지와 대조적
  • 등록 2016-04-26 오후 5:35:33

    수정 2016-04-26 오후 8:07:30

한진해운의 1만3100TEU 선박 이미지.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한진해운(117930)이 자율협약 신청을 위한 자구방안을 내놨지만 채권단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으며 추가매각 자산이 없어 고민이다.

당장 채권단으로부터 4개월간 버틸수 있는 단기운영자금을 주문 받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채권단은 비슷한 처지의 현대상선과 비교해 한진해운의 자구안은 구체적이지 않고 턱 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용선료 협상 등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한진해운으로서는 하루빨리 조건부 자율협약을 약속받아야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행보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6일 “이른 시일 안에 신속히 자구안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구체적인 용선료 협상방안이나 단기운영자금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약 41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용선료 조정 계획과 함께 터미널·사옥·기타 자산을 유동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구체적인 매각 시기와 계획이 충분치 않았다. 채권단은 해당 방안들이 당장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조건부 자율협약이 실시되기 전까지 단기운영자금 방안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한진해운이 마련한 추가 자구안의 자산 매각 규모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 1조5115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당장 6월말 회사채 1900억원에 대한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런던사옥 유동화 거래는 지난달말 현지 부동산 투자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다음 달 중 마무리한다. 에이치라인(H-Line) 잔여지분과 벌크선 매각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대부분 자산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검토중이나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등의 다양한 유동화 기법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자산 지분을 담보로 대출 등을 받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011200)이 자구안을 마련해 자산 매각을 모두 마무리하고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만을 남겨놓은 상황까지 오는 데만도 넉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이 자산 유동화와 용선료 협상을 최대한 서두른다고 해도 3~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율협약이 담보돼야 외국 선사들도 한진해운을 믿고 해운동맹에 끼워줄 수 있다. 한진해운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승인 절차나 영업 준비 과정을 고려할 때 새 동맹 결성은 늦어도 오는 9월까지 끝내야 한다”며 “한진해운으로서는 자구안 이행에 박차를 가해 자율협약에 들어가고 새 동맹을 구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현대상선의 경우 대주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이 포함된 긴급 유동성 지원책이 준비된 상황이었고 현대증권, 벌크전용선사업부, 부산신항만터미널 등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도 구체화해놓은 상태였다. 그만큼 자구안에 대한 이행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고 그 결과 실제로 현대상선의 자구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다음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쯤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채무재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달리 자구안에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 성의 표시가 없었던 것도 채권단을 실망시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주주는 기업 부실화에 상응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며 “보통 사재출연이나 기업포기각서 등을 통해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주주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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