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작별행사를 끝으로 7박8일 동안 2회차에 걸쳐 치러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이 났다. 1차에서는 북측 가족(96가족, 141명)이 찾는 남측 가족(389명)과 만났고, 2차에서는 남측 가족(90가족, 254명)이 찾는 북측 가족들(188명)을 상봉했다.
우리측 가족들은 방북에 앞서 하루 전 속초에 집결해 등록절차와 방북 교육을 받았다. 이산상봉 행사는 1, 2차 각각 2박 3일씩, 사전 절차에 하루씩이 소요돼 총 7박 8일간의 일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주재희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번 상봉행사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가족들, 상봉 상시화·서신교환 요구 빗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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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차 상봉 때 남측 조카들을 만난 북측 한순녀(여·82)씨는 “이렇게 몇 시간씩 끊어서 상봉할 게 아니라 방에서 이틀 정도 같이 자고 그래야 서로 이야기도 오래 하고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2차 방문단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북측의 오빠를 만나러 온 한정자씨(72)씨는 “어머니께서 ‘하룻밤이라도 (오빠와) 한방에서 같이 잘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 많이 아쉬워 하셨다”고 전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북측의 형을 만난 배상석(60)씨는 26일 작별상봉장에서 “만나게 해주세요! 서로 편지 주고받게 해주세요!”라고 흥분해서 외치기도 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히려 어떤 분들은 ‘안 본 것이 더 좋았지 않느냐’라고까지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며 “상봉 이후 희망이 없다며 울화증 등 후유증을 앓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고령화 심각성 다시 확인…근본적 해결 시급
이번 상봉을 계기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측 상봉단의 경우 상봉 당사자 중 80세 이상이 무려 90%에 육박한다.
이산가족 생존자 가운데 90세 이상은 7781명(11.7%), 80대가 2만 8063명(42.2%)으로 8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경우 불과 10년만 지나도 사망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상봉 기회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이산상봉…적십자 본회담·당국회담으로 이어질까
이에따라 상봉행사의 동력을 이어 적십자 본회담과 당국회담 테이블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을 비롯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들을 논의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도 24일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 문제와 편지 교환 문제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며 남북 협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산가족 전원 생사 확인을 지시하는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팔을 걷어부친 만큼, 향후 당국간 대화 채널을 통해 생사 확인, 상봉 정례화, 서신교환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당국자는 “8·25합의에서 양측이 합의했던 당국간 회담이 열릴 경우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도 다뤄지고 교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최근 북측에서 8·25 합의를 6·15 공동선언만큼이나 비중을 두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그 첫번째 합의 사항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모두 8·25 합의 이행 의지가 있고 이산가족 행사도 양측의 협조가 잘 돼 치뤄진 만큼 남북 당국간 회담 가능성이 높다”면서 “12월은 남북 모두 결산하는 시기인 만큼 다음달 중에 당국간 회담이나 사전 예비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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