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할 ‘창의적 해법’으로 북한 개별관광을 꼽으며, 이산가족 고향방문부터 시작해 그 대상과 지역을 점차 넓혀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때’를 만들어서라도 남북 간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북측에 재차 발신한 것이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연속 토론회’에 참석해 “변화를 마냥 기다리는 태도로는 남북관계의 미래를 열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해 피해 관련 외부지원 불허’ 입장을 표명한 데 나와 주목된다. 북한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한 셈이지만 이 장관은 북측에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우회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읽힌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인도적인 대북 지원과 남북 간 작은 교역 등의 교류협력을 강조해왔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다시 평화의 길 번영의 문으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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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북한지역 개별관광에 대해 “남북 교착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공간’이자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고자 하는 ‘창의적 해법’의 하나”라고 소개하며 “정부는 실현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북한 지역을 관광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들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단된 남과 북의 사람과 사람이 오고 간다면, 이 땅에 평화의 기운이 약동하고 그 자체로 세계에 발신하는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우선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시작으로, 육로로 갈 수 있는 개성, 금강산 관광, 제3국을 통한 관광, 외국인의 남북 연계 관광 등으로 그 대상과 지역을 점차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북측을 향해서는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내놓았다. 이 장관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살펴야 하겠지만 하루 빨리 북측과 개별관광에 대한 대화와 협력을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강원도 고성 제진역 방문 경험을 언급하며 “남북의 철도와 도로가 복원된다면 평양, 신의주, 금강산, 원산을 넘어 만주, 시베리아, 유럽까지도 평화와 공존, 번영의 꿈을 실어 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일은 광복 75주년으로 남북 간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고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의 순간”이라면서 “우리 민족에게 남은 숙명이자 과제로 ‘때’를 만들어서라도, 남과 북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미래로 확실한 한 걸음을 옮겨 놓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수해 복구 방안을 논의하면서 코로나19 전파 상황이 악화하는 현실에서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이인영 장관이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힌 대규모 대북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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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시간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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