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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아원(008040)그룹 자산 매각에 관여했던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동아원그룹 이희상(사진) 회장은 다른 자산 매각에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다가 와인 계열사 매각 얘기만 나오면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신경쓰고 나서는 바람에 딜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페라리를 타는 와인 마니아’로 재계에 널리 알려진 이 회장의 각별한 와인 사랑으로 인해 자산 매각이 늦어지면서 결국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789%에 이르자 동아원그룹은 올초부터 적극적으로 계열사 및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국제분까지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였던 JKL파트너스에 이어 차순위협상자였던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마저도 인수를 포기하면서 딜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국제분 매각이 무산된데 따른 회사채 상환 불이행 우려에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은 동아원의 기업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등급(B+→CCC+)으로 내렸다. 한국제분 딜 무산 위기가 곧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지게 된 셈이다.
올초부터 매각을 추진하던 와인 수입 회사 나라셀라의 경우 몇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끝에 이달 초에야 와인유통 업체인 오크라인에 매각됐다. 이 회장이 최대한 비싼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레스토랑 운영회사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을 매각할 때도 와인 바인 ‘뱅가’만 제외하고 팔았다.[☞관련기사 본지 11.17일자 ‘[단독]동아원그룹,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서울향료에 매각’ 기사 참조]
1000억원 이상의 자산 가치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매각 작업도 최근에야 겨우 시작했다. 이 회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서야 결국 품 안의 와인 사업을 마지못해 내놓은 탓에 동아원그룹 전체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