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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단을 통해 미국과 비핵화 논의 의사를 밝힌 직후 “북한은 비핵화라기보다 핵 군축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이 정말로 원하거나 필요로 한 대화가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핵 협상을 진행해 왔던 힐 전 차관보의 이 같은 우려는 그간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서 벌여온 전례에서 비롯된다. 북한은 그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북한만의 핵 폐기가 아닌 핵 보유국간 핵 군축 협상을 벌여 몸값을 올리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16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제시한 비핵화를 위한 5대 조건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5대 조건으로 △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 공개 △미국의 핵 타격수단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는다는 보장 △남한 내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확약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을 요구했다.
결국 북미가 비핵화를 테이블에 놓고 우선 마주 앉는 데에까지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실제 비핵화 논의까지는 난관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 중단이나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선제조치 없이 북한이 먼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게 나선 건 그만큼 진정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조선반도의 비핵화’ 입장은 새로운 주장이 아닌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 역시 “과거와 달리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현상에 나선다는 점에서 합의의 동력은 커졌지만 여전히 비핵화 검증과 폐기가 협상의 난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