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워크아웃 순항vs불신 고조”…태영건설 채권단 내부 균열 감지

400곳 달하는 채권단 이해관계 각기 달라
“핵심 자구안 에코비트 매각으로 부족해”
SBS 지분 매각 등 추가 자구책 요구 전망
  • 등록 2024-09-05 오후 5:41:32

    수정 2024-09-05 오후 7:06:23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009410) 채권단 내부에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과 연내 태영건설의 주식거래 재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채권단 내에선 SBS 매각 등 추가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워크아웃을 주도 중인 KDB산업은행과 기타 금융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만큼 내부 조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 : 챗GPT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단에 속한 일부 금융사들은 에코비트 매각 과정에 의문을 품고 산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에코비트 지분 매각 주체인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맺은 공동매각 합의서 전문을 공개하고 워터폴(Waterfall) 방식의 구체적 적용 방법을 밝히라는 취지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400개가 넘는 금융사로 구성돼 있다. 통상 워크아웃에서 채권단은 많아야 30곳 안팎이지만, 태영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많은 탓에 채권단이 규모가 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워크아웃을 주도하고 있지만,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선순위-후순위 금융사 간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와 KKR은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 7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지난달 26일 체결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매각 대금 중 50%를 수령하지만 KKR에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빌린 대여금 4000억원과 지연이자 등을 우선 상환하기로 하면서 회수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 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분 매각에 따른 세금까지 계산하면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채권단 관계자는 “에코비트 매각으로 자구안 중 1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손실을 감수하고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는데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같은 채권단 협의체에 속해있어도 (산은과는) 이미 다른 배를 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일각에선 티와이홀딩스가 SBS 지분 매각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에코비트 외에도 △블루원 소유 골프장 4곳(3000억원) △광명 테이크호텔(1100억원) △여의도 사옥(2251억원)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조 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SBS 지분 매각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전부터 핵심 방안으로 거론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자구안인 SBS 매각 없이는 태영의 부채 조기 상환 및 신용등급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서 방송법 매각 이슈 등 대응방안을 법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태영그룹은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SBS 지분은 방송법상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 또 당장 SBS를 팔아서 갚아야 할 만큼 급박한 자금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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