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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는 오후 9시 이후부터 핼러윈 문화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철제펜스에 부착된 안내표시에 따라 일방통행 수칙을 지켰다. 일부 시민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온 가면을 착용하거나 캐릭터 복장으로 분장하고 거리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그 숫자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박모(29)씨는 “참사는 안타깝지만 항상 침울해할 수는 없다”며 이태원에 방문한 이유를 밝혔고, 서울 마포구에 사는 마모(26)씨는 “작년 참사 때문에 걱정됐다”면서도 “그래도 즐기고 싶었다, 즐길 사람은 즐기되 안전이 중요하니까 작년 일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이태원 골목은 경찰의 호각소리와 클럽, 술집에서 재생한 음악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지하철역과 인근 식당을 지나는 일부 시민은 경찰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38)씨는 “인파에 비해 불필요한 인력이 너무 많이 배치됐다”며 “홍대에 더 많은 인력이 배치돼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양시에 사는 임모(25)씨는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사람은 2주 전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그때는 술집에 웨이팅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행사대행일을 하는 김모(42)씨는 “아무래도 여기서 행사나 장사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난 일로 상권이 죽는 건 아닌 것 같다”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고 인근 골목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동네가 근처라 공교롭게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을 다 겪어봤는데 위로는 각자의 몫”이라며 “핼러윈 문화가 유지되는 게 필요한데 이걸 정부가 통제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인파에 대비해 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마포, 용산, 강남 등 주요 지역의 경찰서는 경계강화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12개 경찰서 620명과 경찰관기동대 10개 부대 등 총 1260명을 취약 장소에 투입한다. 아울러 경찰은 도로와 인도 위 위험성 장애물을 지자체와 관리하고,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해 밀집이 예상되는 지하철역사에서 중요범죄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