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고 가라” “문희상 역적”… 선거법 강행에 국회 난장판(종합)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손팻말을 던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조용석 박경훈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표결 처리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 동원도 불사하며 저항했다. 국회 본회의장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됐다.

국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재석 167명,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이날 의장석을 점거하고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연동형 선거법 결사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놓고 농성했다. 이들은 선거법보다 임시국회 회기를 결정할 안건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본회의는 오후 3시에 개최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 면담을 요구해 지연됐다. 문 의장은 오후 4시 30분경 경위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향해 “문희상 역적” “문희상 사퇴” “아들 공천” “연동형 비례제 반대한다” “문희상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문 의장은 오후 5시 30분경 국회 경위들과 의장석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실랑이가 있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방해, 징역 5년”을 계속 외쳤다. 오후 5시 35분경 의장석 이동에 성공했고 표결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질서를 유지해달라. 단상에서 내려가 달라”며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통과한 선거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53대47로 현행과 같게 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협의체인 ‘4+1협의체’(더불어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지난 4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했다. 원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25대75로 나눴으나 원안 그대로는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선거제도다. 거대정당보다는 소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찌르는 한편 헌법 소원 등을 통해 부당함을 증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는 오늘 사망했다”며 저항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심 원내대표는 “좌파독재를 꿈꾸는 더불어민주당과 추종 세력이 국회의 모든 준법절차를 무시하고 위헌 선거법을 불법 날치기 처리했다”며 “권력의 시녀 문희상 국회의장은 예산안 날치기, 선거법 무단 상정에 이어 의사봉을 두드리며 협조했다. 문 의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며 “각종 꼼수와 야합으로 탄생한 괴물선거법의 최대 피해자는 주권을 행사하는 우리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으로 향하는 문희상 의장을 온 몸으로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