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은 인지 어려워"...KBS, '광복절 기미가요' 해명 보니

  • 등록 2024-08-27 오후 10:02:48

    수정 2024-08-27 오후 10:11:3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KBS가 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0시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했다는 시청자 지적에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0시 KBS1에서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사진=‘KBS 중계석’ 방송 캡처)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에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들을 상대로 한 국제결혼이 사회 문제화되었던 시기다.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결국 자식까지 빼앗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런 내용의 오페라를 방영한 것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오페라가 시작된 이후 20분 뒤 처음 나온다.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 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다. 그 이후 6초 동안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온다”며 “관련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의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방영 시기에 대해 “지난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녹화한 ‘나비부인’을 당초 7월 편성했다가 2024 파리 올림픽 중계로 방송이 2차례 결방하면서 2주 뒤인 8월 15일 0시, 예기치 않게 광복절에 방송하게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비부인’을 녹화 방송한 교양 프로그램) ‘KBS 중계석’은 심의실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심의’로 분류돼 있다”며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제작해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을 앞두고 같은 제작 부서 및 편성 부서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유하지 못했다”고 했다.

KBS는 “‘KBS 중계석’은 그동안 ‘나비부인’을 이번 방송일 전에 이미 모두 4차례 방송한 바 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일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의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 심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KBS가 이같이 답변한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 건가 싶다”는 내용의 청원 글은 1만6933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박민 KBS 사장은 사과 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약속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방송에 대한 민원이 28건 접수됨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신속 심의해 중징계할 방침이다.

방심위는 2014년 외국인 출연자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이 등장할 때 기미가요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해 논란이 된 JTBC ‘비정상회담’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한 바 있다.

2015년에는 해병대 훈련에 투입된 출연자들을 내레이션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배경 음악으로 일본 군가인 ‘군함 행진곡’을 내보낸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에 대해서도 ‘경고’를 결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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