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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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번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과의 관계를 주변 4강(미·중·일·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상회의 기간 이어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합의 관련 진실공방과 북한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구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적 번영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것을 이번 정상회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성명에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과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반영하고 이에 대한 아세안의 환영 의사를 명시했다.
하지만 정상회의 기간 동안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중단 결정 관련 한·일간 합의 이후 양국간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일본 경제산업성이 합의 내용을 왜곡 발표했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항의에 사과했다고 하자 일본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갔다. 한·일 양국이 갈등 현안을 전향적으로 풀어나가자는 공감대 속에서 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최소한의 시간을 벌게 됐지만, 향후 논의 과정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의 거듭된 러브콜에 북한은 되려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SNS에 글을 올려 “아세안 열 개 나라들과 우정을 쌓으며 우리는 더 많은 바닷길을 열었고, 이제 부산에서부터 육로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일이 남았다”며 “어려운 고비와 갖은 난관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교량국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교량국가’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남측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발사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접적지역에서 방사포 사격을 감행했다. 지난 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그 부속합의인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첫 사례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측에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에 대한 항의와 충실한 이행 및 보안조치를 요구했다”면서 “북측이 9.19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찰감시 활동과 이행 상황 등을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