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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를 향한 박 대통령의 배려도 남달랐다. 특히 이 대표가 좋아하는 냉면이 주 메뉴에 올랐고 호남 음식 재료로 쓰이는 능성어 요리도 나왔다. 회동시간도 예정된 90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도 25분간 별도 마련됐다. 박 대통령이 이정현 체제의 새누리당이 순항할 수 있도록 크게 힘을 실어준 것. 당청관계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신(新)밀월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朴대통령, 환한 웃음으로 與 지도부와 악수…“당정청은 하나”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인연은 매우 깊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호남 출신의 무명 당직자였던 이 대표를 중앙 정치무대에 파격적으로 발탁했고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정국, 2012년 대선 등 고비 때마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청와대를 찾은 이 대표를 따뜻하게 맞았다. 분홍색 재킷 차람의 박 대통령은 환한 웃음으로 이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맞았고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오찬회동은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화제로 부드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펜싱에서 박상영 선수가 기적적으로 금메달을 딴 것을 예로 들며 “지금 안팎으로 나라 사정이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가 돼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여당은 대통령이 이끄는 이 정부가 꼭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는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두루 논의됐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사드배치 논란, 김영란법 시행령 보완책, 개각, 사면 등 국정의 핵심 이슈들이 회동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이 대표는 수직적 당청관계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실세 대표로서의 역할을 과시하며 ‘할 말을 하겠다’는 과감한 태도를 선보였다. 아울러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꼭 만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면담을 신청해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란법 시행령, 해결 필요한 문제” 朴대통령, 與지도부에 ‘통큰 선물’
이 대표는 아울러 전기료 누진제, 사드배치, 김영란법 등에 대해서도 당 안팎의 의견들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박 대통령 역시 당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특히 이 대표의 누진제 완화 제안에 “정부에서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하는 중이다. 당과 잘 협의를 해서 조만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전기료 누진제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것. 누진제 개편을 건의한 이 대표의 제안을 통큰 결단으로 수용한 것이다.
또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이 상한선인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수정 건의에 “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의 취지를 지켜야 하지만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사실상 당의 제안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당에서 이 대표를 비롯해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최고위원,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김성우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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