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것은, 총선에서 호남권 28석 중 23석을 차지한 안 대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으나 3석에 그친 문 전 대표의 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선 결과보다는 본격화된 대선 경쟁이 두 사람 간에 긴장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야권 대선주자는 호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대선주자로 선출될 수 없다. 현재 두 사람은 호남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급한 쪽은 문 전 대표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수십년 동안 누려온 호남권 여당 지위를 상실했다. 선거 막판 광주와 전·남북을 두 번이나 방문하며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까지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문 전 대표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여전히 대선주자 1·2위를 다투는 유력한 대선 주자이지만, 호남의 심판은 뼈아프다. 문 전 대표가 총선 후 한 달여 동안 호남을 4번이나 찾았던 이유이다.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고 지난 1일에는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에서 전북 남원 실상사까지 산행을 했다. 지난 9~1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전북을 찾아 천이두 선생을 병문안했고 전주 신흥고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새만금 현장을 들러보고 익산 원불교 본부를 방문해 종단 지도자들도 예방했다. 문 전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16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은데 이어 17일에는 오월어머니집에서 마련한 주먹밥 나눔 행사에 참여한 뒤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문 전 대표, 호남서 예전 지지율 회복 어려워… 문 전 대표측도 조급함에 자성 = 문 전 대표측은 시민 신분으로 돌아가면 자유롭게 호남을 찾아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바뀌지는 않는다.
호남 민심은 이러한 문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볼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주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표에 대란 비토 중에 호남 홀대론과 연결해서 친노패권 이런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게 굉장히 크다”며 “파격적인 행보가 없는 한 예전 지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 여유가 있었던 안 대표도 급해졌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당 지지율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호남권 지지율이 30~40% 범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안철수·국민의당 지지율 1차 조정 거쳐, 향후 전망 불투명 = 총선이 끝나자 마자 호남을 찾았던 안 대표는 다시 5·18 민주화운동 36주기를 맞아 17~18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북과 광주를 방문했다. 17일 36명의 당선자들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원불교 장응철 종법사를 예방한 안 대표는 맞춤형 보육문제를 주제로 전주에서 민생정책간담회를 갖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 현장을 찾아 지지율 올리기에 주력했다.
광주로 이동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한 안 대표는 18일에는 기념식에 참석한 후 전남 고흥 소록도를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과연 안 대표가 하락추세인 국민의당 지지율에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기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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