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각하…피해자측 "헌재 인권 보루 역할 아쉬워"

이동준 변호사 "피해자들 고통의 시간 보내와"
다만 향후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단초 평가도
"헌재 판결, 조약 형식 못갖췄다는 취지로 확인"
  • 등록 2019-12-27 오후 7:03:08

    수정 2019-12-27 오후 7:03:08

헌법재판소가 2015년 박근혜정부가 일본정부와 발표한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선고를 내린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며 눈가를 닦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헌법재판소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27일 각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이번 헌재의 결정은 향후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내놓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송대리인인 이동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이날 헌재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욕적이기까지 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괴로워하고 고통 받아왔다”며 “헌재가 우리나라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조금 더 역할해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헌재의 오늘 결정을 보면 결국 합의문 발표가 조약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로 확인했다”며 “나아가 이러한 합의 및 발표가 결국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소멸시켰다거나, 실질적으로 법적 지휘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헌재 결정으로 인해서 합의문 발표가 조약도 아니고 결국 공식적인 협상에 이르지 못한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하게 합의 자체의 성격이나 효력 감안해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강경하게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헌재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판단한만큼, 향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합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가 완전히 배제됐다’고 반발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합의 이듬해 3월 이들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

다만 이날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절차와 형식 및 실질에 있어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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