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SOC 예타 풀린다…22년 만에 기준 완화 검토

홍남기 “500억 기준 오래돼 예타 조정 검토”
예타 면제 기준 1000억으로 올려 완화 시사
국회 공청회 착수, 與 “경기부양, 균형발전”
학계 우려 “예타 무력화, 예산낭비 우려돼”
  • 등록 2021-04-27 오후 4:00:30

    수정 2021-04-27 오후 5:09:39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규모 국책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22년 만에 전편 개편될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지역균형발전 취지로 예타를 풀어 막혔던 지역숙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국가재정 수문장(守門將)’ 역할을 해온 예타를 무력화해 무분별한 난개발, 예산낭비만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타 기준을) 500억원으로 한 게 굉장히 오래 됐다”며 “예타 대상 금액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는데, 국회 등 여러 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예타 제도 개편을 시사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현재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정보화 사업 등 신규 사업에 예타를 실시한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에서는 총사업비 기준을 1000억원으로 올려 예타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여당이 올해 이같이 예타 기준을 완화하면 예타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국회는 27일 공청회를 열고 예타 관련 26개 개정안을 논의하는 등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에는 예타 기준을 100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 외에도 △접경지역 관련 예타 면제 확대 △공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사업, 보건의료기관 설립, 지방의료원 신증축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예타 수행주체를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각 중앙부처 장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홍 의원 등 여당에서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과 실질적인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미미한데 혈세낭비 등으로 미래세대 부담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김대중정부 때인 1999년에 예타가 도입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낭비를 막는 취지”라며 “대규모 토건부양책으로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 집중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도 “예타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대규모 신규 국책사업에 대해 기재부 장관 주관으로 실시하는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평가 제도를 뜻한다. 현재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정보화 사업 등 신규 사업에 예타를 실시한다. 예타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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