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베 망언에 앵무새가 된 외교부

  • 등록 2016-01-19 오후 5:46:20

    수정 2016-01-19 오후 5:46:2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일본측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합의 이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18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료회의에서 결정했다”며 “그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본 집권 여당 의원이 “군 위안부가 직업으로서의 매춘부였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총리가 직접 ‘과거사 덮기’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역사 수정주의적인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다. 문제는 지난달 28일 아베 총리가 일본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부간 합의 내용에 역행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이고, 진실”이라며 반박했지만 아베 총리나 일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에따라 위안부 합의 이후 피해자들과 국내 시민단체 등이 일본 정부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10억엔이라는 배상금도 아닌 지원금을 받고 일본측이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위안부 합의 직후 우리 정부는 이같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최종적 및 불가역적인 해결’을 명시한 발표문 조항은 성실한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우리측이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측이 정부 차원의 인정과 사과를 한 만큼 그동안 지속돼 온 과거사 관련 망언을 중단하는 것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의 전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인 총리의 입에서 한일간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발언이 나오면서 결국 이같은 주장이 우리 정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이었거나 외교적인 실수 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협상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합의 무효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한일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조 대변인은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며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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