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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최선 기자] “한진해운은 살리고 싶었지만,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선사 치킨게임에 졌습니다.”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한진해운(117930) 회생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 컸던 그였다. 창업주의 3남으로 2003년부터 독자경영을 맡았던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한진해운은 부인인 최은영 회장의 손에 맡겨졌지만 회사가 망가졌다.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부친의 꿈을 대신하기 위해 매달렸다. 2조원 가까운 유동성을 공급했고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쉽지 않았다. 글로벌 대형선사인 머스크, MSC 등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치킨게임’을 벌이자 결국 백기를 들게됐다.
조 회장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한진그룹 오너가(家)로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이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2014년 한진해운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알짜 자회사인 S-오일을 매각하고 2조원 이상 투입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외국 선사들이 정부의 보증과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하는데 이를 당해낼 수 없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공백을 다른 경쟁 외국 선사들이 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 상황이 너무 벅차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며 “한진해운의 공백은 많은 외국 선사들이 채울 것이다. 한진해운은 대형선사들과 치킨게임에서 진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경영은 누가 하든 상관없이 한진해운은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진해운이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서 있긴 하지만 해운업이 한국의 수출 물량 98%를 담당하는 만큼 양대 국적선사가 유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릴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현대상선에 영업망 인수 쉽지 않아”
한진해운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 부터 회사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다시 회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히려 현대상선에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정부와 법원은 한진해운의 40년된 영업망에 대한 가치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현대상선이 이를 인수하면 현재 무너지고 있는 해운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회복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영업망 등 무형자산 일부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 회장은 “영업망은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로 넘어간다고 해도 그 무형자산이 다 보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