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스미딩(Timothy M. Smeeding)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ESF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미국처럼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이민자 아이에게 자동으로 한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와 미국에서 이 정책을 펼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유망한 젊은이들이 미국에 이민을 와서 아이를 낳고 국적을 취득한다. 이민자들은 미국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고 연기금에 기여한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민자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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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딩 교수는 또 “아빠의 육아 참여가 더 필요하고,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여성보다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다. 그런데 일하는 엄마에 대해 페널티가 심각하다”며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이 아이를 낳게 되면 출산 전에 받았던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성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아래에 있다. 스미딩 교수는 “변화하지 않으면 더 가난해지거나 역동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김 교수는 독일이 통일 직전 시기에 출산율이 떨어진 뒤 통일 이후 반등한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독일은 통일을 앞둔 당시 체제 전환이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하자 출산율이 떨어졌지만 통일 이후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출산율을 회복했다”며 “우리나라는 개인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운 환경, 경제적 어려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 치열한 경쟁사회와 같은 문제들로 출산율이 영향을 받고 있는데 불확실성을 없애면 우리도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마시아 칼슨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결혼·출산을 장려하는 홍보 캠페인이나, 출산 장려금 등 인센티브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며 “그보다는 출산 이후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유럽 국가에서는 쓰지 않으면 없어지는 육아 휴직 등을 도입한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며 “이외에 무상 보육, 돌봄 예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서 기업들이 모범을 보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도 남성들의 육아 휴직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눈치가 보이고 미안해서’,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남성들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육아 휴직도 출산 휴가처럼 당연히 갈 수 있게 해야 하고, 육아 휴직 사용 시 소득의 상한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 정책관은 또 신혼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육아 휴직 급여 제도의 소득 대체율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육아휴직 급여 제도는 통상 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지만. 상한이 150만원”이라며 “육아휴직을 하면 본인이 이전에 받던 소득을 다 받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출산 여성의 70%는 육아 휴직을 내는 데 비해 남성(육아 휴직 비율)은 10분의 1도 못 미치는 6.8%”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