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시바 '사랑과 전쟁'

  • 등록 2017-02-07 오후 3:23:17

    수정 2017-02-07 오후 3:23:17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및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협력관계이면서 껄끄럽기도 한 ‘애증’의 도시바에게 진한 러브콜을 보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 20%를 인수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지금이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오래된 연인’같은 두 회사이기에 이번 인수전 참여가 더욱 눈길이 간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 관계가 시작된 것은 벌써 21년 전인 1996년이다. 1983년 만들어진 후발주자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구애로 두 회사간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면서 관계의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2002년말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된 뒤,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라이센스 사용을 두고 2년간 티격태격 하더니 도시바가 2004년 11월 미국과 일본 도쿄 법원에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낸드플래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갔다.

이후 두 회사는 다시 안볼 것처럼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이듬해 도시바가 미국 ITC에 낸드플래시 특허 침해를 이유로 SK하이닉스를 제소했을 때에는 SK하이닉스는 맞소송도 불사했다. 3년 가까이 끌어온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2007년 3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종료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후 차세대 메모리인 STT-M램을 같이 개발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두 회사는 2014년 들어 다시 고비를 맞는다. 이번엔 기술유출이 문제였다. 일본 검찰이 SK하이닉스 전 직원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정보를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규모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소송이었다.

9개월간 서로에게 으르렁대던 두 회사는 그해 12월 메모리 반도체 차세대 공정기술인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의 공동 개발을 발표하면서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합의금 조로 2억7800만 달러(3050억원)를 도시바에 줬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15년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도시바 이미지센서 공장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소니가 약 1800억원에 사들여 수포로 돌아갔지만, SK하이닉스는 도시바에 끊임없이 애정 표현을 하고 있다.

이번 지분 투자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36.6%) 도시바(19.8%), 웨스턴 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마이크론(9.8%) 순이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D램과 비교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약자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20% 지분 인수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낸드 원조’ 도시바와의 협업으로 낸드 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가 아닌, 20% 지분 투자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도시바와 팹(Fab)을 공동 운영 중인 웨스턴 디지털이 이번 지분 인수전에서 한발짝 앞서 있다는 시각이 많다. 2년 전 공장 인수 건처럼 ‘외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LG실트론 인수 등 최근 들어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SK의 행보로 볼 때 도시바에 대한 지분 인수 의지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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