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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 관계가 시작된 것은 벌써 21년 전인 1996년이다. 1983년 만들어진 후발주자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구애로 두 회사간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면서 관계의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2002년말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된 뒤,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라이센스 사용을 두고 2년간 티격태격 하더니 도시바가 2004년 11월 미국과 일본 도쿄 법원에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낸드플래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갔다.
이후 두 회사는 다시 안볼 것처럼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이듬해 도시바가 미국 ITC에 낸드플래시 특허 침해를 이유로 SK하이닉스를 제소했을 때에는 SK하이닉스는 맞소송도 불사했다. 3년 가까이 끌어온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2007년 3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종료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후 차세대 메모리인 STT-M램을 같이 개발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두 회사는 2014년 들어 다시 고비를 맞는다. 이번엔 기술유출이 문제였다. 일본 검찰이 SK하이닉스 전 직원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정보를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규모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소송이었다.
이번 지분 투자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36.6%) 도시바(19.8%), 웨스턴 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마이크론(9.8%) 순이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D램과 비교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약자다.
업계에선 도시바와 팹(Fab)을 공동 운영 중인 웨스턴 디지털이 이번 지분 인수전에서 한발짝 앞서 있다는 시각이 많다. 2년 전 공장 인수 건처럼 ‘외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LG실트론 인수 등 최근 들어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SK의 행보로 볼 때 도시바에 대한 지분 인수 의지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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