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의 A 고위인사는 최근 미국 대선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는 주로 국제 관련 업무를 한다. 그래서 그의 부서는 최대 이슈인 미국 대선에 따른 경제·금융 여파를 한 달 넘게 분석하고 있고, 보고서를 낼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당황스런 기색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어서다.
A씨는 “클린턴의 당선을 상대적으로 더 유력하게 봤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설마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에, 한은 내부도 잔잔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쇼크’ 가능성에 정책당국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39bp(1bp=0.01%포인트) 하락한 1.8045%에 마감했다. 장기금리는 채권거래 중개인들의 전문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망이 집약된 지표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에 최순실 사태까지, 정치 리스크에 방향을 잃었다.
김후진 기획재정부 통상정책과장은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더 강하게 보호무역을 얘기했다”면서 “일단 선거 중 공표된 정책으로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호무역 등 트럼프가 말한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그 자체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트럼프의 당선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