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한진해운의 벌크선과 에이치라인해운(이하 ‘H라인해운’) 잔여지분을 인수한다. 한앤컴퍼니는 한진해운과 이어왔던 파트너십을 고려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남은 벌크선 중 한 척을 H라인해운이 200억원에 인수하는 한편 한진해운의 H라인해운 잔여 지분 5%를 한앤컴퍼니가 340억원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H라인해운은 2014년 한진해운 장기운송계약중심 벌크전용선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현금창출 능력이 탄탄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최대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남은 잔여 지분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추후 협의를 거쳐 최종 인수가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알짜 사업부인 벌크선부문에 대해 최소한의 지분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자율협약에 돌입하면서 남은 5%의 지분마저 모두 내놓게됐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2014년 77%의 구주를 매각해 총 3000억원을 확보했고 이후 자금난이 심화되자 지난해말 지분 17%를 추가로 한앤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당초 취득 지분으로도 충분히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한진해운의 재무지원을 위해 추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밖에 H라인해운은 한진해운과 함께 자율협약을 추진 중인 현대상선의 액화연가스(LNG)사업부, 벌크전용선사업부 등도 차례로 취득했다. H라인해운은 지난해 매출액 5860억원, 영업이익 1326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 한진해운은 △터미널 유동화 1750억원 △미국, 영국, 부산사옥 매각 1022억원 △상표권, 벌크선, 에이치라인(H-Line) 지분 매각 1340억원 등을 통해 총 4112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협약 개시 이후 용선료 협상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까지 조속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매각보다는 자산유동화에 보다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SPC가 해당 자산을 인수하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는 유동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소유권은 SPC로 이전되기 때문에 부도위험으로부터 절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신 한진해운이 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빚을 상환하면 한진해운은 유동화를 위해 내놓은 자산을 되찾아올 수 있다. 다만 약 670억원에 매각된 런던 사옥은 현재 자금이 입금되지 않아 브릿지론으로 322억원을 대출 받기로 한 만큼 자금납입이 완료될 경우 금액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