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이를 낳은 뒤부터 춤이 더 편안해졌어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파리 오페라 발레의 ‘별’(에투알, Etoile, 최고무용수) 발레리나 박세은(35)은 “출산은 저에게 터닝포인트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 파리 오페라 발레단 최고무용수 에투알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박세은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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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은은 1669년 창단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이다. 오는 20~21일과 23~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를 위해 귀국했다. 박세은의 한국 공연은 2022년 ‘에투알 갈라’ 이후 2년만. 2023년 1월 딸을 낳은 뒤 첫 한국 무대이기도 하다.
발레리나에게 ‘임신과 출산은 춤을 중단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여겨진다. 박세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10개월 동안 춤을 출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러나 “배가 나와서 의상이 맞지 않을 때까지 춤을 춰도 된다”는 의사의 허락을 받고 출산 3개월 전까지 무대에 올랐다. 출산을 위해 무대에서 잠시 내려온 뒤에도 토슈즈를 신고 만삭이 될 때까지 연습했다.
박세은은 “출산 6주 후부터 의사가 춤을 춰도 된다고 해 조금씩 몸을 풀기 시작했다”며 “근육이 많은 편이라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몸 상태가 자연스럽게 출산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박세은은 출산 이후 6개월 뒤부터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등에 출연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 파리 오페라 발레단 최고무용수 에투알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박세은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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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는 박세은을 포함에 6명의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과 다음 승급인 프리미에르 당쇠르(Premier Danseur), 쉬제(Sujet)까지 10명의 무용수가 파리 오페라 발레의 핵심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무대다. 박세은이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파리 오페라 발레 대표 레퍼토리 18개를 직접 골랐다. ‘돈키호테’ 3막 파드되(2인무)와 ‘빈사의 백조’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 윌리엄 포사이드 안무작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 앙줄랭 프렐조카주 안무작 ‘르 파르크’ 등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도 선보인다.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 발레에 13년간 있으면서 좋았던, 또 하고 싶었던 작품을 모았다”면서 “일반적으로 발레 갈라 공연은 특별한 소품이 없이 기교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짠다. 이번 공연은 갈라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발레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세은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함께 한국 발레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준 무용수다. 박세은의 등장 이후 세계 무대를 향한 한국 발레 무용수의 활약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박세은이 2011년 파리 오페라 발레 준단원으로 입단했을 당시 발레단 내에 한국인 무용수는 없었다. 지금은 최근 쉬제로 승급한 강호현, 그리고 정단원으로 새로 입단한 이예은 등 한국인 무용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세은은 공연 외에도 ‘에투알 갈라의 발레 워크숍’을 통해 발레 유망주에게 조언을 전한다. 그는 “파리 오페라 발레는 늘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파리 오페라 발레를 목표로 하는 무용수들에게 원하는 답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대신 ‘조급해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며 진심을 전했다.
| 파리 오페라 발레단 최고무용수 에투알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박세은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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