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2일 카드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면서 전국 238만에 이르는 영세·중소가맹점은 내년부터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영세가맹점은 최대 140만원, 중소가맹점은 210만원 정도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카드사 전체 수익의 40%를 넘는 상황에서 수수료율 인하 폭이 예상을 웃돌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줄어든 수수료 수익을 메우기 위해 명예퇴직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한다.
영세·중소가맹업자 연 140만~210만원 아껴
정부와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 원가를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매기는 새로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고 3년에 한 번씩 원가를 재산정하기로 했다. 원가에는 조달비용을 비롯해 대손비용, 마케팅비용, 밴수수료, 일반관리비 5가지가 포함된다. 당정은 이번에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줄어든 점을 수수료 원가를 산정할 때 가장 먼저 반영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계약을 조건으로 대가를 주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된 만큼 추후 밴수수료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이 역시 원가 산정 때 반영했다. 밴사에 밴수수료를 지급하는 카드사는 밴수수료를 카드수수료에 반영해 결과적으로 밴수수료가 내려가지 않으면 카드수수료를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수수료수익 7천억 증발…신규채용 없앤다
정부는 이번 수수료율 개편 방안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수료수익이 6700억원(영세·중소가맹점 4800억원, 일반 19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정부가 이번에 국세납부대행 수수료율을 0.2%포인트 내린 영향을 반영하면 수수료수익 감소폭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로선 유력한 수입원이 사라진 셈”이라며 “수수료수익 감소폭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순이익도 30%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1~2012년 카드수수료율이 평균 0.24%포인트 내려가면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2013년 순이익이 2011년보다 25.5% 급감했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0.2~0.3%포인트 오른 데다 과도한 마케팅 규제가 생겨 카드사로선 비용을 아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 짜기에 들어간 카드사들은 무엇보다 비용 줄이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약관상 정해진 것이어서 줄일 수 없다 보니 자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매년 4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사실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