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악화일로였던 양사간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관련 고소를 취하하면서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5월 한화오션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경찰 고발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도청 등에서 세 차례 기자설명회를 갖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이에 당시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수사기록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켜 해당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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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했던 것을 취하했다.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사 오너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만나 이 같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에 대한 고소 취하 관련 법무 검토를 시작했다.
게다가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3조원대 폴란드 및 2조원대 필리핀 잠수함 사업 등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수주를 위해선 정부와 업체, 군 당국이 원팀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친다는 뜻의 ‘오월동주’ 모양새다.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도 양사간 고소·고발 취하로 KDDX 사업자 선정 후 불거질 수 있는 사법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양사간 입장 차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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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두고는 장외전 여전…‘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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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제안한 ‘공동 개발·동시 건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 작업을 나눠서 진행하고 함 건조도 함께 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 입장에선 설계와 건조 실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원칙대로 자신들이 독자 건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여러 협력사 중 하나로 참여할 경우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산업체지정 여부를 보고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방산업체지정은 업체가 해당 방산물자를 만들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방산업체지정 신청서를 냈다.
사실 산업부의 방산업체 지정과 사업추진방식 결정은 별개 문제다. 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사청의 의도로 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아니면 공동개발·동시건조든 어떤 방향으로 결정해도 일정부분 후폭풍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 당국이 빠른 결정을 내려 더이상의 갈등 확대를 막고 적기 전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