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막힌 中기업, '신삼판'으로 눈돌린다

신삼판, 8월 자금유입 역대최고..6~9월 83억달러 싹쓸이
"상장 간단하고 정부개입 없어..벤처·중소기업 동앗줄"
  • 등록 2015-10-20 오후 3:19:21

    수정 2015-10-20 오후 3:19:2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신삼판(新三板)을 아시나요?’

중국 장외거래시장인 신삼판이 중국을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나 선전종합지수보다 더 따끈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신규 기업공개(IPO)를 막자 기업들이 새로운 돈맥을 찾아 제3시장 ‘신삼판’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삼판이라 불리는 전국 중소기업 지분양도 시스템(NEEQ)의 8월 자금 모집액이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또 신삼판에 상장된 기업은 총 3721개사로 지난 2013년 말(356개사) 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수 약 2800개사를 웃도는 수치다.

상하이·선전 신규 상장 제한에 신삼판 인기

신삼판 시장은 지난 7월 중국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상장 골목을 차단하며 부각되기 시작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3000선을 밑도는 등 증시 급락을 견디지 못한 중국 금융 당국은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에 신규 IPO를 막는 전방위 부양책을 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증시 급락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에게는 청천병력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불리한 중소기업이나 성장성을 기반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려 했던 벤처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때 이들의 숨통을 틔워준 시장이 신삼판이다. 지난 2012년 9월 설립된 신삼판은 중국판 실리콘밸리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상장이 힘들어진 기업들이 신삼판에 모이자 성장성을 찾아 헤매던 자금들도 이 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 6~9월 4개월간 신삼판 시장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83억달러(9조3574억원)에 달한다. 올 1~5월간 끌어모은 돈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상장 요건 간단·투자 안정성 높아

신삼판은 상하이나 선전 거래소보다 상장 요건이 간단하다. 상하이나 선전에서 상장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 연 1000만위안(약 17억7200만원) 이상의 순이익과 매출 증가를 기록해야 하지만 신삼판 시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상하이와 선전 시장이 상하한가(±10%)를 두는 데 반해 신삼판은 거래제한폭이 없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가 아닌 위안화 적격 해외 기관투자자(RQFII)나 투신의 펀드매니저, 사모펀드 등만 거래해 안정성도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삼판 시장에 내년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200억위안 규모의 가치를 가진 로즈핀치인베스트먼트나 하우바이닷컴(howbuy.com) 등이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신삼판 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최대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의 원동력 ‘타오바오’ 역시 이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 준펭 TF증권 부회장은 “신삼판는 중국 행정당국의 개입이 거의 없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춘 시장”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WSJ는 신삼판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수준으로 기술주 시장인 차이넥스트(ChiNext)의 절반 수준인데다 4월 고점 대비 35% 급락해 가격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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