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겨울 난방비 폭탄에 성난 여론이 에너지 공기업 직원의 처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 위기라며 전기·가스 요금은 잔뜩 올려놨으면서 기업 내 억대 연봉자는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015760)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은 급여가 높은 임원급 직원은 이미 지난해 임금인상분 등을 반납한 상황이고 올해 역시 반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
|
주된 비판의 근거는 억대 연봉자 증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전·가스공사에서 제출 받은 두 공기업의 연도별 수익성 및 복리후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만3563명의 직원 중 15.2%인 3589명의 급여가 1억원 이상이다. 가스공사 역시 4126명 중 34.3%인 1415명이 억대연봉자다. 지난해보다 각각 301명, 473명 늘었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30조원(이하 추산치)에 이르고 가스공사도 수치상으론 흑자이지만 실제로 받지 못한 미수금이 9조원에 이른다. 전기·가스요금을 1년에 걸쳐 약 30% 올렸으나 원가가 2~3배 오른 탓에 밑지며 판매한 여파다. 이 과정에서 요금 인상에 성난 민심이 공기업 직원의 높은 처우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공기업들은 그러나 이 같은 수치상 급여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 365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에너지설비 운영 업무의 특성상 휴일·야간근무수당을 지급받는 장기 근속자는 수당을 포함해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가 생기지만, 이게 전체 직원의 현실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기준 억대연봉자는 평균 31.6년을 일한 장기 근속자이고 (억대 연봉자 3589명 중) 661명은 휴일·야간에도 일하는 교대 근무자”라고 전했다.
한전 고위직은 역대급 위기를 맞아 급여 인상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7명의 임원은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361명의 고위직(1직급) 직원도 성과급의 50%를 반납했다”며 “올해도 임원은 임금인상분을 전액 반납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한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 한전은 이날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키로 했다. (사진=뉴시스) |
|
다만, 현 에너지 위기에 따른 공기업의 재무 위기는 직원의 급여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전의 경우 전체 급여·복리후생비가 2조1000억원 수준으로, 통상 60조원의 연매출과 30조원으로 전망되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고려하면 직원 전체 급여를 20~30% 삭감하더라도 현 재무위기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공기업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에너지 위기라는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적자의 책임을 공기업과 그 직원에 돌린다면 오히려 이들의 ‘복지부동’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만큼 외부 요인을 배제한 채 각 공기업 경영진과 직원의 성과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5개년(2022~2026년)에 걸쳐 14조3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자산 매각과 사업 조정 등을 통해 3조8000억원의 비용을 확보했으며 올해도 올해 역시 3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방안을 추진한다.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무·성과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강화하고 재무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