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가 열리는 25일이나 30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리스) 확산과 경제침체 등으로 인한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개정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
◇거부권 행사시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 = 그러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되면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의장은 헌법 53조에 따라 개정안을 재의에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가 재의결에 나섰던 전례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정 의장은 23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재의결 절차를 밟을지를 묻자, “물론이다. 나는 헌법을 지켜야 될 의무가 있는 (국회)수장이다. (거부권이 행사돼 다시 국회로) 안 올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 53조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이 개정안을 다시 본회의에 상정한다고 해도 재의결 절차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표결 참여가 확실한데 반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반반이다. 오히려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의원 입장에서는 대통령에 맞서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는 표결 참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미 김무성 당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곧 법제처에서 정부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면 거기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의원들을 두루 만나 거부권 수용 및 유승민 원내대표 재신임 의사를 전하며 당청간, 친박-비박간 갈등이 전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원내대표직 던지면 안된다” 의견 많아 … 야당 “재의결 뭉개면 임시회 올스톱” = 현재 유 원내대표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체 답변이 없다. 유 원내대표측 관계자는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입장은 침묵과 무대응”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단 관계자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재의결 절차를) 뭉개 유 원내대표도 살아남고 이러자는 것이 당내 대다수 의견이다. 유 원내대표가 선택할 문제지만, (원내대표직을) 던지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있다.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청와대가 비박 지도부를 불신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나마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야당이 수용하면서 유 원내대표는 한숨 돌리게됐다. 야당에게 적잖은 신세를 진 것이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단 의원은 “의장과 유 원내대표가 의원들 동원해서 재의결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믿고 한 것이다. (재의결을 뭉개면) 뒤통수치는 것으로 신뢰관계가 다 깨진다.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하든지 해야 성의로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면 여당과 협상을 할 필요가 없고 6월 임시회는 올스톱”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들어가서 투표하자고 해도) 의원들이 따라올지 모르겠다.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 여당 의원이 하기 힘들다. 거부권이 행사되는 순간 대한민국 정치가 깨지고 쪼개지고 난리가 날 것이다. 모든 게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지금은 유 원내대표 선택이 아니라 대통령 선택이 중요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새누리당 당직자는 “유 원내대표 성격대로 하면 재의를 붙이고 그만두는 것이 맞다”며 그래야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유 원내대표가 살기 위해서라도 각을 세워야 한다. (재의결에 실패하면) 사퇴하면 된다. 그 정도면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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