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성 “형제자매 700명 추정” 수백회 정자 기증한 친부 탓

무분별한 정자 기증으로 ‘정자 형제’들 많아
질병 정보 공유 위해 ‘형제’ 찾기 나서
  • 등록 2024-07-04 오후 8:52:51

    수정 2024-07-04 오후 8:52:51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호주에서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난 30대 여성이 자신과 ‘친부’가 같은 형제가 700명이 될 수 있다며 ‘형제’를 찾아 나서고 있다.

호주에서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캐서린 도슨이 자신이 찾아낸 정자가 같은 형제들을 분류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호주 ABC 방송 웹사이트 캡처).
4일 호주 ABC 뉴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서린 도슨(Katherine Dawson·34)이란 이름의 여성은 지난 2015년 한 모임에서 자신과 너무 닮은 한 여성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자신처럼 기증받은 정자로 태어난 여성이었고,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사람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슨은 기증자 코드를 활용해 자신의 생물학적 형제자매를 찾아 나섰고, 1년 만에 무려 50명이 넘는 이복 형제자매를 확인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최대 700명의 형제자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캐서린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대장암 등을 앓았는데 해당 질환들은 유전될 수 있어 형제자매들을 찾아 미리 건강검진을 받아보라고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건, 1970~1980년대 호주에서 실시된 정자 기부 제도 때문이다.

당시 호주는 정자를 기부하는 사람에게 기부를 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를 악용해 여러 이름을 써 가며 정자를 기증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수록 정자를 기증하는 사람이 줄어들자 불임 클리닉에서는 한 명의 정자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복형제가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근친상간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증받은 정자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부는 세 명의 자녀를 시험관 수정 방식으로 낳았다.

부부는 자녀들이 동일한 생물학적 아버지를 갖길 원했고, 병원에서도 부부의 요구에 따라 3차례 모두 동일한 남성의 정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아이 중 한 명이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었고, 유전자 확인 결과 첫째와 나머지 두 아이가 친족 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주 정부를 중심으로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다.

퀸즐랜드주는 검사한 샘플의 42%가 기증자의 신원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이전에 냉동된 수천개의 정액 샘플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또 한 사람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기증자를 관리하는 정보 등록소를 설립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린 콜슨 바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조사 결과 중대한 시스템적 문제가 발견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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