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순경으로 임용된 A경위는 2014년 서울 B경찰서 팀장을 거쳐 작년 C경찰서 관할 파출소로 전출됐다. 그는 작년 6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인권적 행위인 갑질 등으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경위는 업무 외에 부당한 요구지시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경찰서에서 근무하던 2019년 당시 팀 소속의 막내 D(여)경장에게 지인의 주차위반 과태료(3만2000원)를 대신 납부하라고 했으며,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 믹서기(2만7370원) 구매대금도 대납하도록 지시했다. 근무 중이던 D경장에게 경찰서에서 22㎞ 떨어진 경기도 자택에 노트북과 말린 시래기를 갖다 놓으라고 각각 지시했다.
욕설과 성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경위는 D경장에게 “공용사물함을 왜 치우지 않았나, 이럴 거면 여경을 뽑은 메리트(장점)가 없지”라며 성차별적 모욕을 줬다. 또 “저걸 경찰관이라고 뽑아 놓았느냐”라고 비아냥댔고, “야 X발, 팀장 말이 말 같지 않아. 너 나가”라고 폭언도 했다.
A경위는 징계에 불복해 작년 7월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같은 해 9월 기각했다. 이어 그는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징계사유의 각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사회 통념상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가벼운 부탁일 뿐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한 부당한 지시·요구라고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로 강요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귀가를 하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했던 점을 감안하면 부당한 지시·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성실하게 근무해왔으며, 1회의 장관 표창을 비롯해 다수 표창을 받은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
A경위가 받은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이 오히려 약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은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는 모두 ‘감봉’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서로 관련이 없는 사안에서 발생한 품위유지의무 및 행동강령 위반이므로, 감봉보다 1단계 위인 ‘정직’의 처분도 가능했다”고 짚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2개 이상의 의무위반행위가 경합할 때는 1단계 위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갑질 근절 추진방안이 마련됐지만, 경찰 특유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갑질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갑질로 신고·적발돼 징계 처분된 경찰관은 100여명을 넘어섰다. 2016년 15명에서 2017년에는 30명으로 2배로 증가했다. 2018년에 10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 다시 22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30명이 징계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0명을 징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