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도 증산 안늘렸다…정유주 핵심 '국제유가' 반등할까

OPEC+, 하루 40만배럴씩 증산계획 유지
바이든 압박에도 모르쇠…"공급 타이트해질 것"
국제 유가 70달러선 바짝…정유주도 반등 기대
수요 제자리걸음이지만 '공급'에 주목…"상승세 유효"
  • 등록 2021-09-02 오후 11:22:22

    수정 2021-09-02 오후 11:22:22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내내 주춤했던 정유주도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정유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이날 1.23%(3000원) 상승해 24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간 3.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세인 1.51%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GS칼텍스의 모회사 GS(078930)는 이날 보합에 머물렀지만 일주일간 1.69%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주춤했던 정유주가 유가의 반등 속에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1% 상승한 68.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0일 배럴당 62.14달러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8거래일 만에 10.38% 오른 셈이다.

WTI선물 가격 추이[출처:마켓포인트, 단위:달러]
국제유가는 지난 6월 말 코로나19 회복 기대와 미국의 드라이빙 수요 등에 대한 기대로 70달러선을 웃돌았지만 8월 들어 다시 60달러대로 내려오며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다시 7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최근 미국에 허리케인 아이다가 상륙하며 관련 설비 가동이 중단된데다, 주요 석유 수출국가에서 생산량을 추가 증산하지 않은 점이 주효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지난 7월 계획을 다음 달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증산을 늘려달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OPEC+는 이날 역대 최단 회의시간을 기록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고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OPEC+에 추가 증산을 압박해 왔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백악관의 증산 촉구에도 증산 규모를 늘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OPEC+의 완만한 증산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연내 타이트한 수급 여건 역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을 하회할 수 있지만 재고 감소 기조 속에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자국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축소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유산업은 정부가 정한 수출입 쿼터내에서 수급을 통제받는 구조다. 중국이 수급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수요다. 원유수요가 증가하려면 경기회복이 더 가시화돼야 하지만 코로나19에 이어 델타변이 문제가 확산한데다 중국의 경기지표 둔화에 따른 투자심리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수요에 대해서는 전망기관들도 이미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현재 시점에서는 수요 개선 가능성보다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에 주목해야 하는 만큼, 올 하반기 중 유가 상승세는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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