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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경우, ‘김여정 하명’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선 국면에 들어간 정치권의 북풍이 불어왔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다음날인 2일 한·미 당국은 연합훈련 추진 여부에 대해 모두 말을 아꼈다. 애초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동맹의 상징인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축소된 형태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와중 한·미 연합훈련 전면중단을 요구한 김 부부장의 담화는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오히려 더 좁게 만드는 모양새다. 설사 연기를 하더라도 한·미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다는 명분으로 연기하는 것과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하는 것은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 지 의심된다”며 “한국을 압박해 연합훈련 취소를 추진하고 안 되더라도 향후 남북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술책, 혹은 대남 공세 재개를 위한 명분쌓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북 간 통신선 복원이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술책일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오히려 힘을 얻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합의한 것은 한국의 대선 국면을 이용해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시도”라며 “김정은 남매의 협박에 굴복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하면 당면한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번 훈련은 시뮬레이션 방식의 전투 지휘소로 대체 실시될 예정이고, 대규모 기동훈련은 이미 하지 않고 있다”며 “김 부부장이 염려한 대로 적대적인 훈련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유감”이라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통일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욱 현명한 처사라는 점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