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정무위, "가짜뉴스 폐해 크다"vs"전체주의 조성"

국감 첫 날인 10일 가짜뉴스 대책 놓고 격돌
與 "명백한 허위사실과 통계조작 근절해야"
野 "공권력이 자유 억압하면서 독재 시작"
  • 등록 2018-10-10 오후 1:46:21

    수정 2018-10-10 오후 1:58:52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민병두 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가 시작된 10일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방침을 놓고 격돌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봐도 거짓이 명확한 허위사실 유포를 근절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 측을 옹호한 반면, 야권은 일제히 “전체주의 국가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관련 입법절차 등의 논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국민이 있느냐. 미군 잠수함과 세월호가 충돌한 게 맞느냐.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는데 믿느냐”며 “이런 가짜뉴스가 나왔을 때 정부가 조사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성 의원은 “가짜뉴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 정권도 이것(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을 못했고 법률적 판단을 못 했다”며 “과거사례를 검토해서 이런 어마어마한 갈등이 있는 요소를 경찰이 조사하겠다고 하면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가 있구나’ 하고 조정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앞선 보수정권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에 나서지 않았는데 현 정부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정부가 연일 가짜뉴스 타령에 몰두하는데 정부 대응이 지나치다”며 “독재는 총·칼로도 시작되지만 표현의 자유를 공권력으로 억압하면서도 시작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총리가 총대를 메고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논의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어떤 비판도 하지 말라는 공식적인 위협으로 보인다”며 “가짜뉴스를 공권력으로 처벌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각종 정부 정책에서 여권과 비슷한 기조를 이어가는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허위정보를 국가가 나서서 잡느냐”며 “유신정권이 유언비어를 때려잡자고 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범부처적으로 허위정보에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 그림과 뭐가 다르냐”며 “문재인 정권이 다 끝날 때까지 가짜뉴스 정의조차 못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여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가짜뉴스 폐해가 너무 크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언론 영역에 있지 않으면서 제삼자가 봐도, 누가 봐도 명백하게 개인·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가만히 방치하는 것도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면서도 “해석이나 판단조차 필요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통계조작은 근절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유포·유통에 대한 엄벌을 말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얘기일 수 있다”며 “지금 우리 정부가 절대선이라고 기준을 잡고 허위조작을 판가름하기에는 국민들이 보기에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기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 퇴치는 의견표현을 제약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실의 조작과 왜곡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가짜뉴스 근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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