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바꿔라” 쓴소리 뱉은 마윈…알리바바 부활의 전조일까

경쟁사 PDD, 호실적 기록하며 알리바바 시총 위협
마윈, 공개적으로 직원들에게 메시지…개혁·희생 강조
한참 자취 감췄다가 재등장…당국과 갈등 완화 관심
  • 등록 2023-11-30 오후 4:42:26

    수정 2023-11-30 오후 4:42:26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당국의 압박과 미국의 수출 규제 등으로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공산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자취를 감췄던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은 오랜만에 공개적인 메시지를 통해 성장을 위한 회사 조직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 윈(잭 마) 전 알리바바 회장은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경쟁사인 핀둬둬(PDD홀딩스)를 칭찬하며 직원들에게는 “진로를 수정하라(correct its course)”고 말했다.

마 윈 알리바바 전 회장. (사진=AFP)


마 회장은 직원 게시물에 “모든 위대한 회사는 겨울에 탄생한다”며 “미래를 위해 개혁하려는 국민, 어떤 대가와 희생도 치르고자 하는 조직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마 회장의 발언은 핀둬둬가 호실적을 기록한 직후 나왔다. 핀둬둬는 전날 올해 3분기 매출이 688억위안(약 12조47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4% 상승했다고 밝혔다.

핀둬둬의 호실적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주가는 크게 상승하면서 시가총액 1883억달러(약 243조6000억원)까지 올랐다. 현재 시총 1899억달러(약 254조6000억원)인 알리바바의 턱 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한때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였지만 게임·소셜미디어 선두업체인 텐센트에 크게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회장으로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마 회장은 중국 공산당과 갈등이 불거졌다는 소문에 휩싸이면서 2019년 알리바바 이사회 의장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20년 10월에는 중국 당국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때 무렵부터 중국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알리바바 성장세는 급속히 위축됐고 최근 들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분사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뉴욕 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의 주가는 최근 74.67달러(약 9만6600원)로 1년 내 고가(121.30달러)보다 40% 가까이 하락했다.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마 회장도 당초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마 회장이 공개적인 역할을 다시 시작하도록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가 회사 전략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던 건지 이번 발언의 동기는 확실치 않다.

‘알리바바: 잭 마가 지은 집’(Alibaba: The House That Jack Ma Builder)의 저자이자 투자 컨설팅 회사 BDA차이나의 던컨 클라크 회장은 블룸버그에 “그가 3년 넘게 회사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듣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개입은 중요하다”며 “그는 다른 사람들이 감히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비롯해 항상 회사 내에서 궁극적인 목소리이자 도덕적 권위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에서 마 회장의 부재는 해외에서 중국에 품고 있는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신의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알리바바를 표적으로 삼아 플랫폼을 활용해 신사업을 지배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압력했다”며 “이에 회사는 PDD와 바이트댄스 등 경쟁 위협에서 고군분투했다”고 설명했다.

마 회장의 등장이 알리바바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클라크 회장은 “(회사) 분할 실패 이후 재설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 회장의 등장은) 긍정적”이라며 “중국 정부는 당국의 단속을 상징했던 회사의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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