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사재기`에 잘 나갔는데…옥시덴탈 투자의견 강등 왜

  • 등록 2022-07-12 오후 4:58:48

    수정 2022-07-12 오후 4:58:4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 및 셰일오일 전문기업 중 하나로, 국제유가 급등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집중적인 사재기 덕에 잘 나가던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XY)이 난데 없는 투자의견 강등 조치를 당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에 따르면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옥시덴탈의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7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이 회사 주가인 59달러에 비해 15% 정도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본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이처럼 옥시덴탈의 투자의견을 낮춘 것은 상반기 중 너무 가파른 상승랠리를 보인 탓으로, 그 만큼 밸류에이션이 덜 매력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옥시덴탈 주가는 올 상반기 중에만 무려 103.1%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21% 하락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나 31% 상승한 S&P500지수 내 에너지업종지수에 비해 엄청난 상승랠리를 보인 것으로, 상반기 뉴욕증시에서도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였다.

올 상반기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개월 간 거의 41%나 치솟았고 브렌트유 가격 역시 48% 급등했다. 브렌트유 가격 상승률은 2009년 상반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였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유가가 하락한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소홀히 했고 이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원활치 못했던 원인이 됐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이 장기화하자 서방세계가 러시아를 제재했고, 그 결과 원유 공급 부족이 심화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이 옥시덴탈 실적이 큰 힘이 됐다. 1분기 중에만 무려 33억달러에 이르는 프리캐시플로우(FCF)를 창출했고 이 자금을 채무 상환에 쏟아 부었다. 재무제표가 개선되면서 회사는 벌어들이는 현금을 주주들에게 적극 환원해오고 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만큼은 안됐지만, 분기 배당을 올해에만 1200% 늘렸다. 자사주 매입도 재개하면서 그 한도를 30억달러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연중 내내 이 회사 지분 매입을 늘려온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7월 초 버크셔는 이 회사 보통주 18.7%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총 108억달러 어치였다. 우선주도 100억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고, 총 50억달러 규모로 보통주 8390만주를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도 갖고 있다. 시장에선 버크셔가 이처럼 지분을 계속 늘리는 건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두 호재가 이어지는 한 하반기에도 주가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일정 부분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 측도 “옥시덴탈의 프리캐시플로우 전망이 앞으로도 매력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옥시덴탈의 밸류에이션은 다른 에너지 관련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동종업종에 있는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헤스,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스 등에 대해서는 현재 주가대비 40% 정도 상승할 여력이 있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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