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해외 자원개발 개선 방향과 관련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을 위해 5억원 규모로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석유공사의 부실을 터는 데만 집중한 개선안이 나왔을 뿐 안정적인 자원확보에 대한 대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자원개발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것은 자원개발 산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공사 기능 축소 불가피
석유·가스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거버넌스(governance) 개편 방안에서는 △석유 자원 개발 공적 기능의 민간 이관 △석유공사 자원 개발 기능의 가스공사 이관 △석유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등 4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부실 논란을 빚었던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기능이 축소되는 것이 공통점이다.
첫번째 안은 석유공사의 부실 해외 자원개발 자산(인력 포함)을 민간에 매각하고 대금을 회수해 석유공사의 부채를 감소시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자원개발 자산이 저평가돼 매각될 수 있고, 석유공사의 핵심인력이 민간기업으로 이전하는 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기능을 가스공사로 이관하는 시나리오는 가스공사의 자금 조달 여력을 활용하고, 투자자금이나 자원개발인력의 중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상장기업인 가스공사의 국제 신용도가 하락하거나 동반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마지막 방안은 양사를 통합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외 금융 조달은 물론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석유공사의 부실 자산 등이 가스공사로 이전되면서 동반 부실을 초래하거나 오히려 국제적인 신용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터는 방안만 담겼을 뿐..효율적 자원확보 방안 없어”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네가지 방안 모두 부채를 숨기려는 방식에만 국한됐을 뿐 해외 자원개발 목적인 안정적 수급이나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석유공사가 정부 입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도 “통합했을 때 시너지가 나려면 개발하려는 유전이 같거나 기술력이 비슷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데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많이 다른 시스템”이라며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방안도 어느 정도 자원안보 시스템을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무턱대고 국가가 손을 떼겠다는 식으로 내용이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이번 용역보고서가 검토 대상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용역업체가 제시한 시나리오”라면서 “보고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20일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차원의 개편 방안을 다음달께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