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공장 가동이 줄어들고 가정에선 전기를 아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전력판매로 먹고 사는 한전은 웃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불황 덕분(?)에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돼서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및 민간발전사 등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소비자들에게 이를 파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한전이 지난 6월중 민간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가격(SMP)이 평균 84.54원이다. SMP는 1월(140.76원), 2월(121.33원), 3월(118.35), 4월(103.72워), 5월(96.62원)에 이어 올 들어 계속 하락 추세인데 반해 소비자 판매 가격은 그대로니 한전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입장인 셈이다. 여름철 성수기인 7~9월 중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전은 고정적인 판매처도 확보한 상태다. 전력사용량이 올 들어 1월(3.8%), 2월(1.5%), 3월(0.6%), 4월(2.1%), 5월(1.3%)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하는 도매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확 줄었다. 전력 생산은 원료비 및 생산단가 등에 따라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열병합 및 중유발전소’ 순으로 이뤄지는데, 예비전력이 충분하지 않을 땐 비싼 LNG 발전소를 돌려야 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한전 입장에선 올 여름이 어느 때보다 ‘속 편한’ 상황이 될 듯하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아챈 듯하다. 21일 한전 주가는 5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5만500원(1999년 6월 28일)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