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본계약 미룬 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 ‘인수 무산’ 어려운 이유

5월 한앤코와 맺은 구주거래 ‘바인딩 MOU’
중대한 재무제표 오류 없으면 계약 이행해야
한온시스템 유증 신주발행은 재협상 시도
10년 동행한 조현범 회장 ‘뚝심’ 이어질까
  • 등록 2024-08-01 오후 6:37:59

    수정 2024-08-01 오후 6:37:59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의 한온시스템(018880) 인수전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인수 가격에 대한 과다 책정 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이번 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 일정도 무기한 연기되면서다. 딜 마무리가 늦어지면서 자칫 딜 자체가 어그러지거나,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지난 5월 맺은 양해각서(MOU)가 구속력 있는 계약인데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2대 주주로 10년간 동행해온 만큼 M&A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국타이어, 실사 후 이번 주 본계약 일정 연기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체결한 한온시스템 주식매매계약(SPA) 본계약 체결 시한이 무기한 연기됐다. MOU 체결 이후 10주간 진행된 한온시스템 실사 과정에서 우발 채무가 발견되면서 본계약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은 당초 오는 3일 본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한앤코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 신주 12.2%를 1조 733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MOU를 한앤코와 체결했다. 한국타이어의 인수 가격은 한앤코 구주 인수에 주당 1만250원, 유상증자 신주 인수에 주당 5605원으로 책정됐다.

한국타이어는 MOUU 체결 후 10주간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발 채무를 발견했고, 주가도 많이 미끄러지면서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비싸게 샀다’는 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MOU 발표 이후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주가는 각각 30%가량 빠진 상태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두고 가격 조정에 나서거나, M&A 계약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IB업계 “인수 계약 조건 변경 어려울 것”

M&A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타이어와 한앤코의 구주 거래의 경우 지난 5월 체결한 MOU가 구속력 있는 바인딩 계약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실사 결과 한온시스템의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또는 누락이 있음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MOU에 따라 SPA를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타이어가 인수에 필요한 주당 가격을 조정하려면 한온시스템 재무제표상 중대한 오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코스피 상장사인데, 상장사의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나 누락이 있다면 사법 이슈로 연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과 맺은 유상증자 매입 가격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선 한온시스템 이사회가 기존 유상증자 결의를 취소하고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한국타이어와 계약을 맺는 내용을 의결해야 한다. 이 경우 유상증자 가액 조정이 특정 주주(한국타이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2대 주주로 긴 시간 동행해온 만큼 인수전을 마무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한앤코가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등극할 당시, 전략적투자자(SI)로서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에 투입한 금액만 1조 800억원에 달한다.

한온시스템이 올해부터 실적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올해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해 2021년(3258억원) 이후 3년만에 영업익 3000억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부진했던 순이익 역시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 261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10년 전 국내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기 이전부터 한온시스템에 과감하게 베팅했다”며 “최근 M&A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인수를 결정한 만큼 딜 마무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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