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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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 정부가 한국GM 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면 국제적인 조세 갈등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에 특혜성 세법을 개선하기로 약속해놓고 한국GM만 찍어 지원하면 조세회피처로 재지정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2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GM의 세제혜택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GM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구에 오케이 하면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조세회피처)으로 재지정 되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법 테두리 내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측을 만나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세제 감면을 비롯해 담보제공, 유상증자,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한국GM 공장이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따라 최대 7년간 법인세를 최대 100% 감면 받는다. 관세도 5년간 100% 감면된다. 임대료는 연간 지가의 1% 이내로 50년 간 사용할 수 있다. 파격적인 혜택이다.
다만 투자지역으로 지정되려면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외국인투자촉진법(18조)·시행령(25조)에 따르면 제조업은 3000만달러(325억원) 이상으로 공장시설을 신·증설해야 한다. 이어 해당 기업이 지자체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시·도지사는 산업부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지정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3000만달러 신·증설 요건을 충족하면 GM도 충분히 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현행 법규상 지원이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을 하는 순간 조세회피처 논란이 불가피하다. 앞서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제특구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이 같은 세제 특혜를 주는 한국의 세법(조특법)이 유해조세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등 17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기재부, 외교부, 산업부는 부랴부랴 대책회의에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는 연말까지 국제기준에 맞춰 조특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에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GM이 법인세 등의 특혜 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 요구대로 세제지원을 하면 조세회피처에 재지정되는 오명을 떠안을 수 있다. 외국인투자지역은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지정이 되면 한국GM이 좀 더 쉽게 공장을 철수할 수 있게 된다”며 “정부는 세제지원 요구를 거부하고 이 특혜 제도를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특법 주무부처인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7~8월 세제개편을 할 때 개선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인세 감면 규모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개별형(대규모 투자자) 기준.[출처=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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