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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를 이 부회장이 이사회 멤버로서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한 경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노트7의 단종 결정이 일사천리로 전격 이뤄진 것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갤노트7은 지난 8월초 공식 출시된 후 같은달 2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리콜’을 결정했지만 교환한 새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이 판매를 전격 중단한 소식이 전해졌고,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 노트7 생산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11일 판매중지와 소비자 보상을 공식 발표했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책임연구원은 “판매 중지에 따른 단기 손해는 불가피하더라도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 이미지 손상과 그에 따른 차기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충성고객 이탈방지 고심.. 차기작으로 신뢰 되찾아야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갤노트7 고객들이 갤S7이나 엣지로 갈아탄 후 혁신적인 차기작을 선보여 다시 충성고객을 흡수하는 방안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갤노트7이 발화라는 치명적 결함에도 불구, 홍채인식이나 방수·방진, S펜 등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화 기능을 사용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CNN머니는 갤노트7이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대화면, 대용량, 방수, S펜 등을 좋아하는 충성고객들은 노트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갤노트8을 고려할 것이라는 소비자 반응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도 그동안 ‘갤노트7’ 성공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량 리콜이 진행 중인 ‘갤노트7 골드’를 왼손에 들고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에는 서초사옥을 방문한 마르크 루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삼성전자 딜라이트 홍보관을 찾아 갤노트7 등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설명도 직접 맡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갤노트7 단종이라는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선택한 만큼 차기작에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갤노트7의 혁신적인 기능을 살리면서 삼성이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플렉서블을 강화한 스마트폰을 차기작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컬처혁신에 품질경영 강화 프로세스 재정립 필요성
올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과감히 떨쳐낸다는 취지로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했다. 그동안 상명하복식 ‘관리형’ 문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품질에 대한 위기를 맞은 만큼 1995년 이건희 회장이 불량률을 낮추자고 벌였던 ‘애니콜 화형식’과 같은 대대적인 품질경영 프로세스 재정립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갤노트7 결함의 원인을 명확하게 찾는 게 급선무”라며 “아울러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제품개발 과정부터 협력사 관리까지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삼성전자의 품질 제일주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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