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공급'에서 '주거복지'로…주거기본법 실효성은?

주택 관련 최상위 법 마련
집 공급보다 주거의 질 개선으로
국토부 내 주거복지국 신설
  • 등록 2015-03-17 오후 4:23:19

    수정 2015-03-17 오후 4:23:1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 주택 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량 공급’에서 ‘주거 복지’로 이동한다. 4인 가구의 적정 주거 기준으로 방 4개, 부엌 1개가 있는 66㎡(20평)짜리 주택이 제시됐다.

국회 서민주거복지 특별위원회는 17일 전체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거기본법 제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이 다음 달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주거 정책 관련 법령들의 최상위 법 구실을 할 예정이다.

주택보급률이 103%(2013년 말 기준)를 넘어서는 등 달라진 사회적 여건이 이번 법 제정의 배경이다. 현행 주택법은 1972년 제정한 주택건설촉진법을 뼈대로 집을 짓고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대주택법·주거급여법 등 주거 복지를 다룬 법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주거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중심으로 법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주택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한 ‘주생활 기본계획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안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해 소득 수준 및 생애 주기에 따른 임대주택 우선 공급, 주거비 지원 등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재고를 확충하도록 했다. 주거 복지 관련 개별 법률들의 근거도 기본법에 함께 담았다.

국민 주거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지표인 ‘유도 주거기준’도 새로 만든다. 최소한의 주거 수준을 뜻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2006년 전체의 16.6%에서 지난해 5.4%로 줄어들면서 더 높은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예컨대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는 방 4개와 부엌 1개가 갖춰진 66㎡ 면적의 주택이 기준이 된다. △1인 가구의 경우 33㎡ 면적에 방 2개·부엌 1개 △2인 가구는 50㎡에 방 4개·부엌 1개 △3인 가구는 60㎡에 방 4개·부엌 1개 등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해온 기존 주택종합계획은 주거 복지 원칙을 반영한 주거종합계획으로, 계획 심의를 맡은 주택정책심의위원회는 주거정책심의위로 이름을 바꾼다. 국토부 내부에는 주거복지국이 신설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새로운 국을 정규 조직으로 두는 방안을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거 복지사 양성 및 주거복지센터, 주거복지 포털 정비 등 주거 복지 전달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정책 목표와 내용이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 주택 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법 통과 자체에 의미를 두고 주택 관련 법들을 단순히 교통 정리하는 수준에 그친 것 같다”며 “이런 수준이라면 법이 제정돼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정책의 방향성과 목표 계층,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업무 분담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주생활 기본법의 경우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질 좋은 집을 짓고 관리하는 주택 재고(stock) 중심 정책을 정량화한 평가 지표 아래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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