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과거 산업은행 기업조사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산은 조사부는 개발경제 시절 한국은행의 조사부와 함께 쌍두마차로 국내외 미·거시 경제와 산업분석을 이끌던 곳으로 기업 분석 측면에서는 한은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은 조사부는 거시경제 분석과 정책금융, 국내외 금융시장 조사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로 민간 경제연구소가 미약하던 1980년 중반 이전까지 한국은행 조사부와 함께 경제 연구조사 기능을 수행했던 대표적인 국책 연구 부문이었다.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산은 기업조사부가 부활할 조짐이다. 금융당국이 산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감사원 지적 사항+α’를 목표로 7~8월 심층 진단 작업을 한 뒤 9월께 산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혁신위원회를 꾸려 7~8월 두 달간 실사를 진행한 후 조직개편의 그림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가 생각하고 있는 산은 구조개편의 방향은 기업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 강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최근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이 없다는 여러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조직이나 인력 측면에서 산은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는 만큼 산은의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산은 내부적으로도 업종과 경제에 대한 분석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개별 산업에 대한 전망을 하는 산업분석부와 경제 전반을 내다보는 조사부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산업분석부는 심사평가부문 직할, 조사부는 미래통일산업본부 산하로 각각 쪼개져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 조사부는 매크로(거지경제) 연구를 하고 산은은 마이크로(미시)한 산업 연구를 통해 크게 이바지해왔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산은 조사실 인원은 100명에 가까웠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 기업들에 대한 실제 설비투자 조사를 통해 앞으로의 산업과 설비투자 동향에 관한 양질의 보고서를 유료로 발간했다.
특히 산은 조사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산은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는 돈을 쓰는 조직으로 역할이 매우 축소됐다. 민영화 과정에서 산은은 영업점을 늘리고 소매 금융 확대를 통해 돈을 버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산은 조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민영화 영향이 있다”며 “산업 및 설비투자 동향 분석 기능이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사부 인력은 30명 수준으로 줄었다. 예전 하나의 조사부였던 부서에서 개별 산업별 분석에 집중하기 위해 산업분석부와 법무지원부(예전 법제조사팀)가 별도로 분리된 영향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분석과 기능 약화 현상이 함께 노출됐다는 평가다.
금융위 관계자는 “막상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산은의 산업분석, 위험분석, 여신심사 능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9월말까지 쇄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사부 역할에 해당하는 항목 등을 포함해서 내부 기능에 대한 쇄신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