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황 속 노조 파업 위기…조합원 찬반투표 개시

노조, 노동위에 쟁의 조정 신청
16일 투표 가결 시 파업권 확보
노조 “현대차 만큼 인상해 달라”
실적 악화 속 파업 리스크 부각
  • 등록 2024-10-14 오후 4:47:15

    수정 2024-10-14 오후 4:47:15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노동조합의 총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벌이고 있는 현대제철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지난 10일 본교섭이 결렬되자 쟁의권 확보를 위한 조정 신청을 냈다.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만약 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사진=현대제철)
앞서 노사는 지난달 12일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측은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변명만 해대면서 12차 본교섭에서도 제시안 없이 자리만 채웠다”며 “더 이상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다. 현대차 노조처럼 차량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차량 구매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매년 현대차 수준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그룹사의 부당한 차별 정책을 깨겠다는 주장을 고수해 오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 같은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또다시 파업 카드 꺼내 들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2022년과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총파업을 단행하며 생산 차질을 유발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수요 둔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은 전년(27조3406억원) 대비 5.2% 감소한 25조9148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7983억원으로 전년(1조6165억원) 대비 50.6%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올해도 부진한 실적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58억원, 980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밑돌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8652억원, 영업익 1163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6조2832억원·영업이익 2284억원) 대비 각각 6.7%, 49%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황 악화 속 노조 파업은 공급 차질로 이어져 고객사 신뢰를 잃게 하는 등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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