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용 탈취제·반찬용 나초칩…美소비재 '업플레이션' 꼼수 기승

고물가 장기화에 소비 줄자, '업플레이션' 상품판매 늘어
기존 상품과 차별화에 나섰지만, 가격도 두 배 슬쩍 인상
"소비재기업들 구매력 의존…미국서만 나타나는 현상"
  • 등록 2024-07-02 오후 5:13:27

    수정 2024-07-02 오후 7:06:1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전신용 탈취제(데오드란트)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겨드랑이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의 체취에도 불쾌함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상품으로 기존 겨드랑이용보다 가격을 두 배 높게 책정했다.

미국 식품기업 펩시코는 저녁용 스낵 시장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나초칩을 식사용 반찬으로 권하거나 저녁 야식을 네 번째 끼니로 정착시켜 매출을 늘리려는 계산이다.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있는 타깃 매장에서 한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 시각)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고물가 시대에 비용과 낭비에 민감해지자, 소비재 기업들이 ‘업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플레이션은 소비자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품목에서 새 제품을 만들어내고,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소비재 기업들은 그간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매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실제 시장 조사 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지난해 면도날 판매량은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 급감했다. 같은 기간 데오드란트는 6.5% 줄었고, 식료품 코너의 빵과 우유, 스낵 등도 판매량이 감소 추세다.

이에 소비재 기업들은 새로운 용도의 제품을 만들어 기존 상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질레트는 사타구니 등 까다로운 부위를 위한 15달러짜리 면도기를 출시해 기존 제품보다 5달러 더 비싸게 팔고 있다. 파우더와 물티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뒤 전신용 데오드란트를 선보인 P&G도 같은 예다. 이 회사는 화학 물질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자 성분을 9가지로 줄인 비듬 방지 샴푸를 출시했다.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얇은 용기를 사용해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펩시코는 나초 스낵 도리토스와 또띠아 칩 토스티토스 등을 식사용 반찬으로 밀고 있다. 캘로그는 돈을 아끼려면 저녁밥으로 시리얼 먹도록 추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지친 쇼핑객뿐만 아니라 단순히 물건을 덜 사고 싶어하는 많은 소비자들과도 마주하고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미국의 구매력에 의존해 온 브랜드에는 악몽같은 일”이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업플레이션은 대부분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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