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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직장인 서하나(31·여)씨는 관심도 없던 정치뉴스를 최근 들어 보기 시작했다. 일파만파 커지는 ‘최순실 게이트’ 기사를 읽고 관련 블로그 등 인터넷 글도 더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그는 무기력함만 남는다고 하소연 한다. 서씨는 “직장에서 점심을 먹든 친구를 만나든 어딜 가도 최순실 게이트가 화제”라면서 “분노하며 얘기하지만 결국 우울함과 씁쓸함으로 끝난다”고 했다.
가뜩이나 안갯속이던 우리 경제에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이 하나 더 생겼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경제 컨트롤타워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언제쯤 수습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경제심리지수를 보면, 이미 소비자와 기업은 앞으로 우리 경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SI)와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모두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향후 전망에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앞으로 6개월 후 경기가 어떻게 될지 묻는 ‘향후경기전망CSI’는 한달 새 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지수 중 유일하게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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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다음달 전망지수의 경우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석달 만에 하락했다.
특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쌍두마차인 ‘전차(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흔들리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현대차(005380)는 전면 파업 여파로 각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노조 파업이 끝난 이후 심리가 살아나는 듯했던 자동차업 역시 전망지수가 82에서 77로 5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쏘나타가 선루프를 리콜하기로 결정한 영향이 컸다.
그러면서 석유정제·코크스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달 새 전망지수가 27포인트 하락한 43에 그쳤다. 윤활유 업체는 자동차·조선 등에 주로 납품하는데 이들 부문이 파업,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윤활유 업체들의 심리도 위축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심리지수에 아직 최순실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문조사는 각각 CSI 12~19일, BSI 14~21일 진행됐다. 한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가 어떻게 반영될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불안’ ‘집단분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경욱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는 다 심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최순실 사태가) 일종의 눈덩이 효과처럼 점점 커져서 가계의 소비 회복을 막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