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신당역 역무원 살해범...유족 "신고 많이 했는데 풀려나"

  • 등록 2022-09-15 오후 6:27:59

    수정 2022-09-15 오후 6:57:1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전모(31) 씨에게 살해당한 20대 여성 역무원 A씨 유족 측은 이미 피해자였던 A씨에 대한 ‘보호 조치’에 개탄했다.

A씨 동생은 15일 경향신문을 통해 “(전 씨가 불법 촬영한 A씨의) 사진을 풀지 않을 테니 몇 분에 한 번씩 답장을 해달라고 해서 언니가 일주일간 밤을 샌 적도 있다고 한다. ‘내가 부를 때는 언제든지 와라’라는 식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 씨가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A씨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전 씨에게 살해당했다. 전 씨는 역에서 일회용 위생모를 쓴 채로 1시간 넘게 기다리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A씨를 쫓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A씨를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아 오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A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뒤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경찰 신변 보호를 받았지만,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보호 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의 범행 당시에는 스마트워치 등도 차고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A씨 동생은 “언니가 경찰에 신고도 많이 했는데 (전 씨가) 풀려났나 보다. 그래서 (전 씨가) 언니한테 몇 번씩 보복을 했다”라며 “동기 사이였고, 교제는 하지 않았다. 언니는 (전 씨가) 싫어서 ‘그냥 동기로만 지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공사는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자 지난해 10월 전 씨를 직위해제했다.

A씨 동생은 직장 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비한 상황도 지적했다.

동생은 “직원들이 (피해자가) 우리 언니인 줄 모르고 ‘그 사람(전 씨)은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 직원들이 언니를 한 번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교통공사 안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게 이슈화됐으면 좋겠다. 공사뿐 아니라 다른 데도 이런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A씨의 큰아버지도 연합뉴스를 통해 “취약시간대에는 (역무원들을) 2인 1조로 근무시키는 거 필요하다”며 “매뉴얼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게 너무 안일했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 재판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보복범죄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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