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7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앞선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신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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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엔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의 정인양 사망 관련 감정서가 제출됐다. 이 교수는 검찰이 지난해 12월 정인양 사망 원인을 재감정해달라고 의뢰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전문가들의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장씨에 대한 주위적(주된) 공소사실을 아동학대치사 혐의에서 살인 혐의로 바꾼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감정서를 통해 정인양 복부가 손상된 데 대해 “적어도 두 번 이상 각기 다른 밟힘에 의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에 밟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장씨가 정인양을 들어 올리다가 떨어뜨리거나 정인양이 걷다가 넘어졌을 땐 췌장 절단 등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봤다.
이 교수는 손으로 정인양 복부를 때리더라도 같은 손상이 발생할 순 있지만, 장씨의 당시 몸 상태를 봤을 땐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췌장이 절단될 만한 충격을 주려면 주먹을 팔 뒤로 빼서 내지르거나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쳐야 하는데, 장씨는 지난해 9월 유방 수술 등을 받아 당시 팔 운동에 제약이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정인양이 오랜 기간 늑골 골절에 의한 고통에 시달려왔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약 9개월의 입양 기간 중 처음 몇 달을 빼곤 맞아서 움직이지도, 웃고 울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생후 16개월에 체중 9.5kg으로, 영양실조가 심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를 발로 밟아도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정상 성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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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측 변호인은 계속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 앞서 ‘사망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몇 차례 때린 사실이 있으며,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즉, 일부 학대와 폭행 혐의는 인정하되 살인 고의성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장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장씨는 욕구 충족이 좌절됐을 때의 감정 조절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장씨 측은 “검사가 말했듯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높지 않다”며 “장씨가 어린 영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장씨가 다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될 기회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검찰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장씨는 훌쩍이며 변호인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장씨 측이 이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오는 14일 공판에선 이 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열릴 예정이다. 이 교수의 감정서만으로는 상황이 불리하기 때문에 이 교수에게 직접 살해 고의가 아니었다는 증언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다음 공판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거서류 조사와 양부모 피고인 신문 이후 검찰이 최종 의견과 함께 양부모에 대한 구형량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