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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최대 잠룡 간 21대 총선 대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여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종로 선거부터 시작해 총선승리를 이끌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가 험지 출마를 언급한 지 한 달이 다되도록 종로 출마 여부 결정을 못 내리면서 당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시점이었다.
황 대표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기다리면서부터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비장함이 넘쳤다.
“일대일의 경쟁 아닌 文정권·황교안 싸움”
황 대표는 “자랑스러운 종로를 반드시 무능 정권 심판 1번지, 부패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 정권”이라며 “어떤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고 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전했다. 또 “종로 출마는 이 정권이 만든 나쁜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도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황 대표 말대로 민주당은 보수 진영 대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황 대표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종로에 등판하게 되면 야당 대표의 전국 지원 유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종로 대결을 압박해왔다. 종로에서 이 전 총리에게 패배라도 하면 대권 주자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까지 입힐 수 있다는 계산 역시 깔린 전략이었다.
與 “정치는 늘 예외 있다” 안심만은 못 해
이 전 총리는 황 대표 기자회견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들에게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결단에도 당내에서는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결정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제 도망갈 데가 없으니 떠밀려서 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확실히 실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달 전에 깃발을 꽂고 확 나왔으면 이 전 총리가 저렇게는 못했다”며 “이미 겁쟁이 소리를 듣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다만 민주당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지역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라는 것은 늘 예외라는 게 있다”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011년 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분당에 출마했을 때 당선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텃밭인 분당에서 손 대표가 나갔을 때도 극적 반전이 있었다”며 “종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잘 닦아 놓기는 했지만 민주당 텃밭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