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발행주체 여부와 가치 안정성 수준인데,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서도 “투기적인 성격이 가세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별도의 가상화폐 입장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송년간담회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가상화폐에 대해 우려했던 적은 있지만, 이처럼 비중을 두고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 총재는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제도과 결제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왔다”며 “가상화폐는 현 단계에서 법정화폐나 지급수단 성격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은 독점적으로 법정화폐(legal tender)를 발행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유통되는 화폐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이를 더 풀거나 더 조이는 통화정책으로 화폐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법정화폐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가상화폐는 이같은 성격은 있지 않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인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디지털 혁신이 확산돼 결제시스템과 화폐제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 또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한은은 정부와 국제기구에 이어 3%대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3.0%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전망치(1.8%)보다 0.1%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성장률은 3%대를 공고히 유지하겠지만 물가는 오히려 더 내릴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한은이 바라보는 물가 상승 흐름이 낮을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 파트장은 “물가가 0.1%포인트 하향되면서 1분기 인상 기대감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기준금리 정상화 일정은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