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파나? 우려에 파나?…실적에 역주행하는 주가

삼성전자·LG전자 등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 흐름 덤덤
기대감 선반영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쏟아진 탓
2분기에 대한 우려도 주가 추가 상승 발목
  • 등록 2016-04-18 오후 4:38:10

    수정 2016-04-18 오후 4:38:1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1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도래했지만 기업 실적과 주가 흐름간 괴리가 이어지고 있면서 코스피 추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1분기 실적에도 밸류에이션 부담 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실적에 대한 주가 역주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LG電 깜짝실적후 `시들`…SK이노도 차익매물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지난 7일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당일 오히려 1.25% 하락했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약 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을 놀래켰을 당시 실적이 발표됐던 당일에만 주가가 8%대 폭등했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 주가가 호실적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깜짝 실적을 직접 확인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뉴스에 파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기대감이 커지던 지난 3월 한 달동안에만 9.6% 상승한 바 있다. 특히 기관은 실적 발표 직후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 바빴다. 7거래일간 무려 3129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가장 많이 판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066570)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시장을 놀래켰지만 당일 주가는 0.94% 상승에 그쳤고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6만30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 기관은 단 4거래일동안에만 LG전자 주식 549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1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839억원으로 전년비 81.8%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적 발표일이 가까워올수록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17만8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5일 하루에만 6.74% 급락했고 이날도 보합권에 머물렀다.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기관은 703억원의 SK이노베이션 주식을 팔면서 실적 발표전 차익실현에 재빠르게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삼성전자(94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선행적 특징을 고려할 때 실적 호전이 확인된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지난주 후반부터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의 차익 매물이 확인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에 팔자` 심리 탓…향후 실적 우려도 한몫

긍정적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떨어진 점이 차익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3월 한 달동안에만 24% 급등하면서 이미 1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 서프라이즈 이후 주가 약세, 지난주 정유주 급락세에서 알수있듯 본격적인 실적시즌을 앞둔 경계심리와 차익실현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번주 발표되는 금융, 화학, 에너지, 건설업종 대표기업은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지만 실적과 주가간 괴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1분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깜짝 실적이 환율효과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도 주가 흐름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올 1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약 1200원으로 전분기보다 3.8% 높았고 전년대비로도 9.09%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분기 환율은 1분기보다 낮은 평균 1175원선에 머물 것으로 보이고 경기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실적 개선은 긍정적인 뉴스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경기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생각해보면 마냥 실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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