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애플이 ‘제3국’ 유럽에서 궁지에 몰렸다. 애플이 영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 항소심에서 패했다. 두 회사의 ‘홈그라운드’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는 애플이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8일
삼성전자(005930)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 태블릿PC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에 참여한 3명의 판사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애플 아이패드와 혼동될 정도로 뛰어나지 않다”고 판결한 1심 판결을 지지했다. 영국 법원은 지난 7월9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애플은 또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광고도 내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 같은 광고를 주요 언론과 홈페이지에 공지하도록 명령한 1심 판결이 항소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7일 내인 오는 25일까지 영국의 주요 언론에 해당 내용을 광고해야 한다. 영국 공식 홈페이지에도 1개월간 게시해야 한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특허를 두고 혈투를 벌이는 와중에 자비를 털어 경쟁사의 논리를 광고한다는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애플에겐 그 자체로 굴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국 항소법원의 판결은 두 회사의 본거지가 아닌 제3국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국 보호주의’ 잡음에서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한국과 미국 법원의 판결 탓에 일었던 논란이다. 이는 유럽 소송전의 결과가 한쪽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삼성전자는 한껏 고무됐다. 8월 일본에 이어 이날 영국에서도 승리하는 등 제3국에서는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영국 법원의 판단은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통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어질 유럽 소송전의 경우 삼성전자가 해볼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좌우하는 미국 소송과 달리 유럽에선 판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사숙고해 판결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송전은 전 세계 10개국(한국 포함)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유럽에 몰려 있다.